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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Wonder』는 선천적 얼굴 구조의 차이를 지닌 한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겪는 세상과 그 변화의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특수한 외모를 가진 아이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보다 더 보편적인 질문, 즉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라는 문제를 조용하면서도 깊게 던집니다.
저는 이 영화를 통해 ‘편견은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극복되는가’, ‘공동체가 한 사람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그리고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보이는 것’ 너머를 바라보는 태도
영화의 주인공 어기는 태어날 때부터 일반적인 얼굴 구조와 다른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그로 인해 긴 시간 동안 수술과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은 그에게도, 가족에게도 큰 도전이었습니다.
문제는 어기의 외모가 아니라, 그 외모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었습니다. 그는 특별한 설명 없이도 ‘다른 사람’으로 분류되고, 그 차이에 대해 어린 친구들은 무심코 반응합니다.
우리는 흔히 시각적 정보에 기반하여 첫인상을 형성하고, 낯선 것에 대해 무의식적인 경계심을 갖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본능적인 반응이지만, 사회적으로는 교육과 경험을 통해 얼마든지 완화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어기의 사례는 ‘보이는 것’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문화가 개인에게 어떤 부담을 주는지를 보여줍니다.
따뜻한 공동체는 개인을 어떻게 바꾸는가
영화에서 인상적인 점은, 어기의 변화를 이끈 가장 큰 원동력이 학교라는 공동체였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회피하고 거리를 두던 친구들이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그와 마음을 나누기 시작하고, 결국 함께 성장해 갑니다.
공동체 심리학에서는 ‘수용적 환경’이 개인의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높인다고 설명합니다. 어기는 단지 용기를 내서 학교에 간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수용과 지지를 통해 자존감을 회복해 갑니다. 선생님, 교장, 몇몇 친구들의 작은 선택들이 모여, 어기의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 갑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우리가 속한 사회 역시 누군가에게는 ‘매일 등교하는 학교’ 같은 장소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공간이 따뜻한지, 아니면 무관심한지에 따라 개인의 삶은 매우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편견은 교육으로 완화될 수 있는가?
이 영화의 중심에는 학교라는 공간이 있습니다.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이자, 아이들이 처음 사회적 관계를 배우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공간 안에서도 편견은 존재합니다. 아이들이 무의식적으로 뱉는 말, 무리를 나누는 방식, 소문과 선입견은 어기에게 적지 않은 상처를 남깁니다.
하지만 교육은 그러한 편견을 완화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영화 속에서 교장 선생님은 말로만 공감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는 행동으로 학생들을 이끌고, 교사들도 어기의 상황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어기가 받은 상처를 ‘그저 지나가는 일’로 치부하지 않고, 공동체 내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로 받아들입니다.
교육이 추구해야 할 방향은 바로 이런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교과 지식보다, 타인을 존중하고, 공동체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는 것. 영화는 그것이 불가능한 이상이 아니라, 충분히 실현 가능한 가치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한 사람의 태도 변화가 만든 긍정적 파장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몇몇 인물들의 태도 변화는 매우 상징적입니다. 처음에는 어기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던 아이가, 어느 날 먼저 인사를 건넵니다. 누군가는 어기의 자리에 앉기를 꺼렸지만, 시간이 지나며 일부러 곁을 지키는 이도 생깁니다.
이러한 변화는 거대한 캠페인이나 시스템이 아닌, ‘한 사람’의 선택에서 시작됩니다. 가장 가까운 친구, 가족, 교사, 친구의 부모… 이들 중 누구라도 먼저 존중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세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장면들이 단순한 감동을 넘어서, 우리가 일상 속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상기시켜준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아이의 옆자리에 앉아주는 일이, 그 아이의 인생에서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요.
『Wonder』는 차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영화입니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사연과 모양을 갖고 살아가며, 그 다름은 틀림이 아님을 영화는 꾸준히 이야기합니다.
교육 현장에서, 그리고 일상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주 ‘비슷한 사람’에게만 관심을 두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했습니다.
이 영화는 거창한 영웅이 등장하지 않지만, 평범한 일상의 언어와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기적’을 조용히 보여줍니다. 그 기적은 결국 ‘먼저 다가서는 용기’에서 시작된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가 이 이야기에 참여할 수 있다는 희망도 함께 전달합니다.